(은식) 퍼듀에서의 생각-2

길고 긴 생활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다. 자가격리 일주일을 했지만, 격리해제 전 검사에서 다시 양성판정을 받아 다시 일주일동안 격리하게 되었다. 도대체 격리의 끝은 어디인가. 양성판정을 받은 날 주저리주러지 마지막 게시글을 적어본다.

친구들

퍼듀대학교에 왔을 당시 내가 아는 사람은 단 네 명이었다. 나와 서로서로 존댓말을 쓰던 사이였던 네 명. 그들이 내 인맥의 전부였다.

두 달이 지난 지금, 일단 겉으로 보기에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많은 후배들이 선뜻 다가와주었고, 다양한 사람들과 친분을 맺을 수 있었다. 같이 무언가를 하자며 권유해주는 친구들도 많아졌고 덕분에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생활을 이겨나갈 수 있었다.

1년 휴학을 한 나는 여타 다른 사람들과 달리 친한 친구 한 명 없이 퍼듀로 오게 되었다. 이런저런 걱정들을 많이 했었는데, 좋은 사람들 덕분에 많은 즐거운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서로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게 된 3월달, 지금으로부터 수 개월 후에도 이들과 자연스레 연락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개발

개발적으로 발전은 미미하다. 딥러닝에 대한 지식이 꽤나 향상되었지만, 분야의 특성상 백그라운드 지식선에서만 맴돈 정도이다. 프론트개발도 늘 하던 모습의 개발이었고(통계정보를 구현해보기는 했지만 간단한 정보를 제공하는 정도였다), 서버와의 통신도 REST API였다. 논문 작성의 비중이 좀 더 적었다면 개발에 좀 더 많은 것을 투자할 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과적으로 오로지 개발적인 성장만 보자면은 최악이었다. 하지만 경험적, 문화적, 인맥적 부분에서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었기에 굉장히 만족한다.

문화

꽤나 재밌는 경험들을 많이 해보았다. 엄청나게 좋은 체육관에서 클라이밍을 해보았고, 외국인 친구들과 배드민턴도 쳐보았다. 그 친구들의 집에 초대를 받아서 일종의 자그마한 홈파티도 즐겼다. 강가 옆에서 아이스링크도 타보았고, 눈이 엄청나게 많이 온 후에 언덕에서 비닐봉지로 썰매도 타보았다. 다이닝코트에서 식사를 포장해 야외 식사를 즐겨보았고, 미용실에서 이발도 해보았다. 처음으로 자막 없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기도 했다. 농구경기를 보았고, 월마트와 쇼핑센터도 가보았다. 나무 농장에 가기위해 교수님 차를 타고 쭉 뻗은 도로를 달리며 치킨을 먹고 콜라를 마시면서 영어로 대화를 했던 기억도 난다. 호텔에서 술을 진탕 마시며 많은 재밌는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러한 일들을 겪으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나 나의 가치관이 많이 달라졌다. 이런 방향으로의 성장은 흔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행복하다.

맺으며

2월 26일, 프로그램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며 느낀 감정을 귀국 비행기에서 노션에 적어두었다. 그 글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지금 느껴지는 이 밍숭맹숭한 심정은 아쉬움보다는 그리움에 가까운 것 같다. 두 달간 매일같이 보던 공간에 대한 그리움. 매일같이 보던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 더 이상 경험할 수 없는 경험에 대한 그리움. 추억은 추억으로 남을 때 아름답다라는 말을 생각하며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추억해본다. 추억이 추억으로만 남지 않길 바라며.

Categories:

Purdue